美와 '닷새 휴전' 약속했지만…터키, 쿠르드族에 포격 계속

입력 2019-10-20 15:46   수정 2020-01-18 00:03

지난 17일 미국과의 합의 이후 터키가 쿠르드족 자치지역 침공을 일단 멈췄지만 현지에선 무력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터키와 시리아 국경 사이에 설치할 ‘안전지대’ 범위에 대해서도 터키와 쿠르드족 간 견해차가 커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DPA통신은 “터키가 5일간 공격 일시 중단을 합의한 뒤에도 터키군과 쿠르드족 간 충돌이 이어졌다”며 “라스 알 아인 지역에선 쿠르드족 주력인 시리아민주군(SDF) 병사 5명과 민간인 10여 명이 추가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북부 국경 도시 라스 알 아인에서는 지난 며칠간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라미 압둘 라만 시리아인권관측소 소장은 AFP통신에 “일대에 산발적인 포격이 일었고 총성이 났다”고 말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친(親)터키 성향 시리아 반군은 라스 알 아인 일대를 둘러싼 채 지역을 탈출하는 민간인 통행만 허용하고 있다.

터키군과 쿠르드족은 반대편이 공격을 감행했다고 서로 비난했다. 터키 국방부는 이날 쿠르드민병대(YPG)가 공격 중단 발표 후 36시간 동안 14번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터키 국방부는 이 중 12건이 라스 알 아인에서 벌어졌다는 트윗을 올렸다. 반면 SDF는 “터키군이 치명적인 공습을 벌이는 등 공격 중단 합의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르드족 군대가 22일까지 국경 지역에서 철군하지 않을 경우 또 공격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중부 카이세리주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 행사에서 “터키가 미국과 합의한 기한 내에 쿠르드족이 철수하지 않으면 곧바로 군사 작전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러리스트들의 머리를 짓밟을 것”이라며 군대식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 이후 SDF는 일단 시리아 북동부 국경지대에서 철수할 계획을 밝혔다. 레두르 칼리 SDF 사령관은 AP통신에 “라스 알 아인을 기점으로 20일부터 철수를 시작할 것”이라며 “쿠르드 무장세력은 시리아와 터키 국경에 있는 라스 알 아인에서 탈 아이바드에 이르는 120㎞ 구간에서 시리아 쪽에서 30㎞ 물러난다”고 말했다. 쿠르드족이 철수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DF가 시리아 북동부에서 철수한 이후에도 안전지대를 두고 터키와 쿠르드족 간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터키가 내놓은 안전지대 운영안이 쿠르드족이 인정하는 안전지대 규모의 약 4배에 달해서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북부에 폭 32㎞, 길이 444㎞에 달하는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감시초소 12곳을 운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터키와 맞닿은 시리아 국경 일대를 쭉 둘러 이라크 인근까지 단독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AP통신에 따르면 YPG는 터키의 안전지대가 길이 120㎞ 범위 국경 일대 일부 구간에만 적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2일 러시아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의 보호를 받는 시리아 정부군이 터키 작전 구역 중 일부에 주둔하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이 문제와 관련한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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